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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일상이야기

[영화] 비오는 날 꺼내보고 싶은 이야기/ 비오는 날 영화추천 정해지지 않은 물의 형태처럼 (영화 사랑의 모양 The Shape of Water 스포일러 주의)

by 앤썬 2021. 5.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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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하루 종일 흐리고 비가 오는 날씨네요. 

 

사무실에 앉아 일과를 보내다 쏴~아 쏴~아 쏟아지는 빗방울 소리에 문득 창밖을 바라봅니다. 

 

일전에 잠깐 언급을 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비 오는 날을 참 좋아해요.

 

특히, 연우처럼 흐트러지듯 내리는 봄비와 가슴까지 적실만큼 시원하게 내리는 초여름 소나기를요.

 

그때만큼은 마치 물을 만난 물고기가 된 듯, 하루 종일 촉촉한 설렘으로 가득 차 있죠. 참, 그러고 보니 저는 물고기자리네요! 헤헷

 

 

잔잔히 비가 오는 소리를 듣고 있자니, 예전에 본 영화가 하나 생각납니다. 

 

사실 이런 비오는 날엔 계란탁! 파송송! 넣어 보글보글 끓인 라면에 좋은 영화 한 편 보면 그야말로 최고!!

 

 

더군다나 내일은 어린이날!! 쉬는 빨간날이기에 어린이도 아닌 어른들도 설레는 날입니다. 하하

 

어린 자녀가 있으신 부모님들께선 쉬는 날이 아닐지도 모르지만서요...지송 헤헤

2017년에 개봉되고 90회 아카데미 수상식에 4개 부분인 음악상, 미술상, 감독상 그리고 작품상을 휩쓴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입니다. 기예모르 델 토르의 작품이죠. 

 

 

기예모르 델 토르의 작품은 섬세하고 독특한 특수효과와 분장기술을 유감없이 뽐내는 것으로 그만의 확실한 시그니처를 가지고 있습니다. 

 

혹, 기예모르 델 토르의 최고작이기도 한 판의 미로(Pan's Labyrinth)를 보신 분이 계시다면, 작품 속 그 괴기한 캐릭들의 모습에서 기예모르 델 토르의 판타지적 터치를 마음껏 느끼실 수 있으셨을 거예요.

 

 

사실 어린 여자아이가 주인공인 이 영화 판의 미로(Pan's Labyrinth)는 아이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랍니다.

 

아이들을 데리고 영화를 보러 갔다가 다소 잔인하고 난해한 내용으로 공포와 호러가 혼합된 시간을 아이들에게 선사했다는 죄책감에 애를 먹고 돌아왔다는 부모님들이 더러 있더군요. 헷

 

어린이날 절대 아이들과 봐서는 안 되는 영화 1위에 선정합니다. 탕탕! 

 

판의 미로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지만 그 얘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을 때, 더 풀어봐도 좋을 것 같네요. 

 

출처 네이버

 

2000년 초에 만들어진 헬보이 역시, 기예모르의 상상력이 독특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에 무제한 표현되었죠. 

 

저는 평소에 판타지와 SF영화를 무척 좋아하는 편이라 헬보이도 정말 재밌게 봤었답니다.

 

자칫 유치할지도 모르는 판타지 영화를 기예모르 델 토르는 헬보이를 통해 보편적인 메시지와 함께,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 굉장히 잘 풀어낸 듯 보였어요.

 

 

일본의 애니메이션 거장인 미야자끼 하야오의 작품 원령공주의 메시지에서 영향을 받은듯한 마지막 장면이 조금 아쉽기도 했지만요.

 

어둡고 음침한 만화 원작과는 다르게 그가 창조한 헬보이 속 캐릭터들의 인간미 넘치며 독특하고 재미난 모습은 단연 최고였네요.

 

헬보이2에 나온 인물캐릭터. 아래 누알라공주를 사랑하는 에이브. 

 

헬보이 2에서 누알라 공주와 사람의 마음을 읽는 에이브의 사랑이야기의 끝이 참 아쉬웠었는데요.

 

기예모르 델 토르 감독도 혹 저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사랑의 모양(The Shape of Water)에서는 진심 어린 마음이 누알라 공주를 닮은 듯한 엘라이자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줄 아는 에이브를 닮은 물고기 인간의 세상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펼쳐놓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속으로 한번 빠져볼까요?

일라이자의 출근길, 창문에 흐르는 빗방울 (출처 구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규칙적인 아침시간을 보내며 미 항공우주 연구센터 비밀 연구소에서 청소부 일을 하는 일라이자. 그녀는 말을 못 하는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녀의 바로 옆집에 살면서 서로를 이웃으로 돌봐주는 늙고 가난한 화가 자일스.

 

그리고 일라이자의 또 한 명의 친구이자 동료인 흑인 젤다. 젤다는 일라이자의 일터에서 유일한 대화 친구이기도 하다. 그녀는 다른 동료들 사이 일라이자의 출근은 챙겨주며 아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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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라이자는 어느 날 비밀 연구소에 실려온 괴생명체가 연구소 보안 책임자인 스트릭랜드로부터 심하게 실험 고문당하는 모습을 목격한다.

 

그의 존재를 알게 된 일라이자는 비밀 연구소를 드나들며 청소를 하다가 조금씩 수조 속에 갇혀있는 괴생명체에게 그녀만의 대화를 건넨다. 

 

출처 구글
출처 구글

 

점심시간에 비밀 연구소까지 무거운 LP판을 들고 와서 괴생명체가 갇혀있는 수조 옆에 앉아 샌드위치를 먹는 일라이자!

 

 

이 얼마나 대단한 정성인지! 근데 누군가가 좋아지기 시작할 때 즈음에 우리 모두 깨닫는 사실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 또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그 어디라도 가져가 보여주고 들려주고 알려주고 싶은 마음은 역시 진리인 것 같다.

 

더군다나 말을 할 수 없었던 일라이자 입장에서는 그녀가 좋아하는 음악이야말로 그녀의 감성 언어를 괴생명체에게 그대로 전달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리고 삶은 달걀!! 역시 먹는 걸로 친구 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진리 그 자체다. 

 

이래서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늘 두 번 세 번 확인시키지 않던가! 누가 사탕 사준다고 해도 절대 따라가면 안 돼!!라고 말이다. 사실 난 누가 떡볶이 사준다고 하면.. 조금 흔들릴 것 같다. 떡볶이에 튀김이면.. 조금 더 흔들리고.. 떡볶이에 튀김에 순대면 렛츠고! 헤헷

 

 

누군가는 사람이 어떻게 괴생명체에게 감정을 느끼지?라고 물을 수 있다. 그것에 대한 답이 아마도 이 영화에서 기예모르 델 토르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 

 

 

괴생명체가 연구소 보안 책임자에게 실험용으로 곧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일라이자는 자일스에게 '그'를 구출하는데 도와달라고 요청한다. 

 

자일스는 괴생명체를 물고기 괴물로서 '그것'이 아니라 '그'라고 표현한 일라이자에게 어이없어한다.

 

그러자 일라이자는 말한다.

 

 

 

"정말 외로운 게 뭔지 아나요? 그는 완전히 혼자입니다.

 

나는 입을 움직여요 그처럼.

 

하지만 말은 못 해요 그처럼.. 그는 나를 볼 때 내가 부족하다거나 불완전하다고 보지 않아요.

 

그는 나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봅니다. 그는 매일 나를 보는 것을 행복해해요."

 

 

언어장애가 있는 일라이자는 어쩌면 수조 속에 갇힌 괴생명체가 그녀와 하나도 다를 바가 없다고 느낀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녀가 속한 사회는 이미 그녀를 하나의 불완전하고 부족한 '괴물'로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기에.

 

 

그것은 어쩌면 1960년 당시 다수의 백인 미국인들이 흑인인 젤다를 향한 태도인지도 모르고, 또 파이 가게 백인 금발 청년을 짝사랑하는 늙고 가난한 자일스를 향한 태도인지도 모른다.

 

 

괴생명체를 혐오하며 망설임 없이 찔러고문하던 연구소 보안 책임자인 스트릭랜드의 전기 충격기는 당시 언어장애인 일라이자에게도, 흑인인 젤다에게도 그리고 동성애적 모습의 자일스에게도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다수의 무리에서 소외가 된다는 것은, 그것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일 테다. 

 

 

아무도 나를 이해해주지 않고, 아무도 나의 얘기에 귀 기울여주지 않았을 때 누군가 나를 이해해주고 받아주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순간이 얼마나 소중했었는가를 기억하는가. 그 누군가가 어떤 모습을 가졌더라도 말이다. 

 

 

 

일라이자는 그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괴생명체를 구출하기 위해 목숨을 건 용기를 낸다. 

그리고 그를 바다로 돌려보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그녀는 온전히 그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  

 

 

소유를 위한 사랑이 아닌, 진정한 사랑을 위한 행동이다. 

 

 

 외로움은 사람을 겸손하게 만든다. 그리고 겸손한 마음은 사랑을 소중히 여긴다.

 

 

세상 모두가 나를 이해해주지 않을 때 단 한 사람만이라도 나의 곁에서 나를 응원해주고 사랑해준다면, 나는 세상 그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 많이들 생각하지 않는가. 

 

 

그 외로움을, 그 겸손함을, 그 고마움을 그리고 그 사랑을 언제나 잊지 않는다면 당신은 절대 혼자가 아니다. 

 

 

"그대의 모양 무엇인지 알 수 없네

 


내 곁에는 온통 그대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따뜻한 공감 하나, 댓글 하나에 글쓴이는 볶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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