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스 아바바 공항에서 정해진 호텔까지 가는 셔틀버스를 찾으러 공항 밖으로 나섰다. 공항 바로 밖에는 한창 공사중이었다. 공사장 근처에는 중국어로 쓰여진 문구가 굉장히 많이 보였다. 사실 호텔 셔틀버스를 타고 숙소로 가는 중에도 중국 문구를 달아놓은 건물 공사장들이 심심찮게 눈에 띄였다. 중국 자본이 손을 뻗치고 있음을 쉽지않게 느낄 수 있었다.
숙소 호텔명이 적힌 셔틀버스를 발견했다. 이땐 난생 처음 낯선 아프리카땅에 있는지라 사실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버스 찾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두루두루 못 찍었다. 혹시모를 소매치기에 대한 두려움도 있어서 되도록 핸드폰 꺼내는 것을 자제했던지라. 못내 아쉬움이 남는다.
다행히 숙소 셔틀버스를 찾았다. 차안에 들어가 앉아있자니 오늘 숙소로 가는 사람은 나 혼자인 듯 싶었다. 기사아저씨께서는 한 15분 내지 더 기다리다가 출발한다. 공항을 드디어 벗어난다!
공항 주변이 온통 공사중이다. 2년쯤 지난 지금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궁금하다.
공항을 얼마 벗어나지않아 평범한 주중 오전 주민들의 평범한 모습이 보인다. 노점상이 여럿 늘어져있고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같다.
도로 중간중간에 동냥을 하는 사람들이 꽤 빈번하게 눈에 띄였다. 셔틀버스가 도로에 정차하고 있을때면 어김없이 어린 아이를 안은 엄마가 차 안으로 불쏙 손을 내밀었다. 차들이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어 아슬아슬 위험해보였다. 기사아저씨는 늘상 있는 일인듯 담담히 계신다. 그 아이엄마는 나를 슬쩍 쳐다보고는 이윽고 자리를 뜬다. 마음이 괜시리 착잡해졌다.
숙소로 가는 길에 유난히 간간히 LG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나도 모르게 LG 간판이 쓰인 가게로 눈이 한참동안 갔다. 외국에 오면 한국과 관련된 작은 것 하나라도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새삼 '나는 한국인이다'를 더욱더 진하고 강하게 느끼는 순간이다.
내가 도착한 호텔은 공항에서 차로 15분 내지 걸렸던 것 같다.
숙소는 정갈하고 깔끔했다.
발코니쪽으로 나가면 보이는 뷰.
크게 다를 것 없는 시내 모습이다.
때마침 점심시간때가 되어 식당으로 내려왔다. 내겐 점심, 저녁 무표 쿠폰이 있어 오늘 밤 22시에 카이로로 출발하기전까진 호텔안에서 마음 편히 식사를 해결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식사는 가벼운 점심 뷔페식이었다. 햄과 고기 다양한 치즈와 채소 등등 내 입맛에 맞는 메뉴들이 있어 넘나 신이 났다.
충분한 영양보충을 하고 방으로 들어가 한숨 푹 자고 일어나야겠다.
한국에서 자정에 떠나서 거의 13시간만에 아디스아바바 현지시간으로 오전 07시쯤 도착해서 그런지 머리가 띵하다.
그래도 식욕은 왕성! 한 두 접시는 깨끗히 비우고 신선한 오렌지주스 몇 잔과 마지막 홍차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 셀카놀이를 좀 하다 잠이 들었나보다. 사실 어딜 돌아다닐 생각은 하지않았다.
에티오피아가 목적지가 아니기도 했고 낯선 대륙이다보니 혼자 돌아다니는게 조금은 무서웠다. 가는 목적지까지 안전하자라는 생각에 휴식을 푹 취하는 걸로 마음을 먹었드랬다.
일어나보니 벌써 해가 지고 있나보다. 밖이 어둡다. 저녁식사를 하러 내려가야겠다.
메인 디쉬중에 Zuericher을 먹기로 했다. 밥과 닭고기에 부드러운 버섯소스.. 밤비행기를 타고가는 여행객에게는 제격인 저녁식사 메뉴인 것 같다.
식사가 나오길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둘러봤다.
점심때는 거의 나 혼자 식사를 했던 것 같은데 저녁시간이 되니 사람들로 엄청 북적인다. 여행객들의 모습이 아니다.
가족들 단위도 보이고 남녀의 데이트 식사로도 보이는 커플 단위가 몇 있다. 아마도 근처 현지 사람들이 이 호텔로 와서 식사도 하나보다. 아디스 아바바 사람들의 유쾌한 저녁식사 모습이 꽤나 신기했다.
이곳이 세계 최빈국이라는 에티오피아가 맞나 싶은 생각이 상충해 지나간다.
음식이 나와서 처음엔 당황했다. 내가 시킨 메뉴는 이게 아닌데.. 웨이트리스 언니한테 문의하니 함께 서빙되는 샐러드라고 한다. 샐러드도 주다니 넘나 좋았다. 상콤한 레몬소스가 입맛을 돋구었다.
참, 에티오피아 여자분들은 굉장히 이국적이면서 예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피부색도 내가 일반적으로 연상했던 아프리카 사람들보다 밝은 느낌이다. 이목구비도 상당히 서구적이다. 문득 이들의 혈통적 역사엔 어떤 비밀이 숨어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티오피아는 아프리카 대륙 가장 동쪽에 돌출부에 자리잡고 있다.
이 지역을 아프리카의 뿔(Horn of Africa)라고도 부른다. 고대 이집트의 지배를 받기도했고 한때 포르투갈인들의 진출, 이후 이탈리아의 식민지였기도 한 에티오피아.
에티오피아의 건국 서사시에는 시바의 여왕 이름을 마케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그녀가 솔로몬과 결혼하여 낳은 아들인 메네리크 1세가 에티오피아의 정통왕조를 세웠다고 전해온다.
아마도 이런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특성으로 아랍인들 그리고 유럽인들과의 교류를 통한 인종적 혼혈이 가능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싹 비웠다.
메인요리다! 딱 알맞게 익은 닭고기와 고슬고슬한 안남미 그리고 담백하고 부드러운 버섯소스! 저녁 허기를 꽉 채워주는 너무나 올바른 한 끼이다.
자 이젠 다시 공항으로 출발! 오전에 픽업해주셨던 같은 기사분이시다!
호텔을 나오는데 주변에 다른 호텔들도 굉장히 많아 보인다. 마치 우리나라 불금을 연상케하는 저녁 분위기였다. 생각치 못했던 분위기에 조금 신기하기도하고 흥미로웠다.
길거리에도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다들 뭔가 들떠있는 분위기였다. 우리네 저녁 분위기가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다시 공항이다.
이 길을 쭉 따라 공항으로 가야한다.
공항안으로 들어가면 바로 검색대를 통과한다.
한참 티켓팅을 하고 보안검색을 지나 보딩게이트 근처로 가는 길에 발견한 커피부스!
참, 나는 커피 산지 중 하나인 에티오피아에 있다!
지금 시간은 밤 9시를 넘어 혹시나 비행기에서 잠 못 이룰 것 같아 커피를 마시지는 않았다. 그러나 멀리서부터 풍겨오는 커피향이 정말 좋다.
보딩게이트에 자리를 잡고 앉아있는데 옆에 있는 이 귀여운 꼬마아이가 나를 힐끔힐끔 본다. 내가 쳐다보면 저렇게 부끄러운듯 얼굴을 가린다. 그러다가 아이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 장난감을 내게 굴려보낸다. 꼬마아이는 나의 반응이 좋은 모양이다. 그렇게 자동차 장난감은 나와 꼬마아이의 거리를 몇번이나 왔다갔다 했다.
아이의 어머니는 남미쪽 나라였던걸로 기억한다. 스페인어만 사용하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알아들을수는 없었지만 눈빛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우연찮게도 우리는 카이로행 같은 비행기에 탔다. 그리고 꼬마아이는 바로 내 옆자리 좌석이었다. 이런 우연이 ㅋㅋㅋ
큼직하고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창문너머 비행장과 활주로를 바라보다가 나에게 뭐라고 한다. 난 미소로 답해주었다.
아디스 아바바에서 이집트 카이로까지는 대략 3시간 정도의 비행시간이 걸린다. 나는 시차적응으로 잠을 청하고 싶었고 다행히도 꼬마친구는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3시간 남짓 후 나는 이집트 카이로 공항에 도착했다. 피곤했던 탓에 공항 사진을 놓쳤다. 간신히 남은 사진 하나는 공항에서 구입한 Orange라는 통신사의 Sim카드이다. 일주일 남짓 여정이라 그것에 맞는 Sim카드를 구입했다. 얼마였는지는 더이상 기억이 안난다. 이래서 어딘가를 다녀온 기록을 그 당시에 블로그에 남겨두면 참 좋겠구나 느낀다. 기억의 한계를 경험한다.
Uber를 통해 공항에서 숙소까지 이동했다.
Uber는 승차 공유 서비스앱으로 운전자의 프로필과 이력을 미리 볼 수 있고 미터기 조작을 통한 요금바가지와 같은 부작용을 사전 방지할 수 있다.
차량안에서 차가 이동하는 길도 확실하게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반 택시보다는 관광객 입장에서는 훨씬 더 낫지않나싶다. 동남아에서는 그와 비슷한 Grab이 승차 공유 서비스로 운영중이다.
이집트에서와 동남아에서의 Uber와 Grab을 사용해본 이용자의 입장에서는 꽤나 만족스러웠다.
하지만, Uber든 Grab이든 항상 경계하며 조심해야 할 것임에는 잊지말도록 하자.
내가 기존에 예약했던 숙소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알아본 호텔이다. 꽤나 깔끔하고 세련됐다싶다.
1층과 3층이 모두 호텔인데 주인은 다르지만 서로 방이 모자르면 손님을 내려보내거나 올려보내는 식으로 상부상조하며 운영하는 것 같았다. 당일 예약이었기에 우선 1층에 예약 안된 방을 배정받았다. 내일은 3층에 방이 빈다고 하니 원하면 그리로 옮겨주겠다한다.
참, 직원중 한명이 이 건물에 설치된 엘레베이터가 프랑스식이라고 한다.
간혹 프랑스 영화에서 보았던 그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긴했다. 프랑스의 지배를 잠시 받았던 이집트에는 아직도 그 당시의 흔적들이 곳곳에 보인다고 한다. 직원의 얘기속에 은근 프랑스를 동경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층 숙소는 깔끔해서 나쁘진 않았다. 다만 창문을 열 수 있는 위치가 아니어서 안타까웠다. 낮에도 늘 불을 켜놓고 있어야 하는 숙소는 너무나 갑갑한 느낌이다. 특히나 이런 야광불빛은 비선호한다 ㅋㅋ 아디스 아바바에서의 숙소가 새삼 그리워진다.
만수라에 사는 친구가 카이로에 도착했단 연락을 받았다. 그녀는 이제 20대 초반의 여대생이다. 친오빠와 함께 나를 만나러 카이로까지 왔다. 친구는 친오빠와 함께 나의 숙소로 찾아왔다. 그녀는 20분 거리에 숙소를 잡았다고 한다. 듣자하니 이집트 숙소에서는 부부가 아닌 남녀가 혼숙이 안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가족증명서와 같은 서류를 보여주고 남매라는 확인을 걸친 후에 숙소에서 묵을 수 있다고 하니 이집트에서의 첫 문화충격이다.
친구와 친구의 친오빠랑 같이 주변 산책길에 나섰다. 친구라고는 하지만 아직 나보다 한참 어린 남매들이다. 아직 저녁을 먹지않은 내가 허기질 것을 걱정해 KFC에서 치킨 한박스를 사준다. 지나가는 길에 과일로 장식된 가게가 보인다. 안그래도 과일귀신인 나는 이 곳 과일이 너무 궁금하던 차에 친구가 과일주스를 파는 곳이라 알려준다.
어서 들어가 과일주스를 시켰다. 그야말로 생과일주스. 주문시 바로 갈아주고 착즙해준다. 가격이 엄청나게 쌌던 걸로 기억한다. 영수증이 어디 있을법한데 찾아봐야겠다. 앞으로의 여정동안 이 집은 나의 단골집이 되리라.
생과일주스를 들고 천천히 상점길을 지나가며 구경했다. 뭔가 유물이 있을 것만 같은 골동품 점이다. 들어가진 않았다.
이집트에서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은행이란다.
아랍어를 찬찬히 들여다본다. 띄어쓰기가 전혀 없는 듯 한 느낌인데 저렇게 써놔도 의미 파악이 되다니.. 대단하다 느낀다. 아랍어에 관심이 생긴다.
길거리엔 백인들도 더러 보이고 동양인 관광객들도 더러 보인다.
숙소 주변으로 돌아왔는데 길거리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물담배를 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그런데 여성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않는다.
이발소 인 듯 싶다. 간판의 글씨만 다를뿐 우리네 동네에서 보이는 미용실 모습이다.
이 집은 케밥 맛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오늘은 KFC치킨이 있으니 다음에 먹어보기로 했다.
친구들은 나를 숙소에 안전히 데려다주고 본인들의 숙소로 향했다.
설레이는 첫 이집트 카이로에서의 하루가 간다.
나는 든든한 이집트 동생들 덕분에 편안한 꿀잠속으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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