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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 일상이야기

[일상이야기] T.S.Eliot의 황무지와 4월의 봄비

by 앤썬 2021. 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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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같은 불금에 내리는 봄비에 마음이 촉촉해진다.

 

나는 봄비를 좋아한다. 

 

싱그러움을 가득 담은 빗방울이 연우처럼 공기중에 흐트러지는 느낌이 좋다. 

 

한편으론 못내 시린 가슴속에 흐르는 눈물 방울방울을 감춰주 듯

 

내 얼굴위에 차갑게 떨어지는 봄비는 나보다 더 나를 위로해주려 애쓴다. 

 

겨우내 칼같은 바람과 매서운 추위에 얼어붙어

 

꾹꾹 눌러담은 얼음덩어리 마음을 쓰라린 빨간 약 처럼 녹이려한다. 

 

얼어붙은지도 까맣게 잊어 익숙해진 얼음덩어리 마음을.

 

그래서 4월의 봄비는 시리도록 아픈 생명력이다.

 

봄의 새싹들은 거칠고 황폐한 겨울 땅속에서 4월 봄비의 시린 생명력을 맛볼때까지

 

그 얼마나 긴 인고의 시간을 견뎌 움을 틔었을까.

 

어쩌면 겨울이 더 나았는지도 모른다. 침묵은 방관자를 만들지만 고통에선 멀어진다.

 

우리들이 모르는 사이 잠들어 있다고만 생각한 땅 속 저 깊은 곳에서,

 

마른 나뭇가지 위에서,

 

생명의 사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음에..

 

그래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인가보다. 

 

영국의 현대시인 T.S.엘리엇의 황무지는 시간이 흘러 흘러 이제야 조금씩 이해가 되려고 한다. 

 

봄을 화려하게 알리는 우아한 목련꽃도

 

청명한 노란색을 빛내며 아기자기한 매력을 선사해주는 개나리꽃도

 

산중 어딘가에서 숨박꼭질을 하며 은은한 연분홍의 빛깔을 수줍은 듯 발산하는 진달래꽃도

 

차갑고 시린 겨울막을 뚫고 가장 먼저 선구자가 되어 세상에 빛을 내민다. 

 

오늘같은 날, 

 

라일락 꽃이 끝도 없이 드리워진 비밀의 화원에서

 

봄비의 선율에 맞춰 걸어보고 싶다. 

 

 

오늘같은 날 어울리는 노래를 한 곡 추천합니다.

 

영화 센스앤 센서빌리티에 나온 'Weep no More Sad Fountains'

 

극 중 마리앤이 피아노 연주에 맞춰 부르는 노래지요.

 

이 봄비가 그치고 나면 또다시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멋진 날이 오겠죠?

 

모두들 마음 따뜻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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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도 라일락은 자라나고

 

추억과 욕정이 뒤섞여

 

잠든 뿌리가 봄비로 깨어나고

 

겨울이 차라리 따스했거니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고

 

메마른 구근으로 가냘픈 생명을 키웠으니..

 

 

-T.S.Eliot의 황무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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